| 나는 걷고 있다 걷고 있다 걷고 있다 | |
| 한 치도 보이지 않는 지리한 어둠 속에서 | |
| 끝없이 걷고 있는 나는 어디에 빛은 어디에 | |
| 대체 여기는 어딘지 아니 얼마나 계속되는 것인지 | |
| 지금까지 내가 얼마나 걸어 올라온 건지 | |
| 분명한 건 나는 지금 검은 성의 탑 안 | |
| 그리고 끝도 없는 나선형의 계단 | |
| 수십 년간 끊이지도 않았던 이 어둠과 | |
| 음습한 공기가 걸음마다 내 숨을 가져가 | |
| 이 계단이 언제 끝날 지는 난 모르고 | |
| 그럼에도 쉬지 않고 난 이 계단을 계속 오르고 | |
| 희망은 먼 저기 한 줄기의 빛 뿐 | |
| 날 보는 건 저기 매달린 박쥐 뿐 | |
| 빛은 멀리에 | |
| 저기 멀기만 한 하늘 끝 어렴풋이 내게 보일 듯 | |
| 멈출 수 없네 무너져 내리네 | |
| 내가 지나온 계단은 부서져 발을 떼기가 | |
| 무섭게 저 밑으로 다 무너져 | |
| 나는 어디에 끝은 어디에 | |
| 내게 시간이란 이제 아무런 의미 없고 | |
| 그저 휘어진 손톱이 대신 말해주고 | |
| 나의 메마른 피부는 고름으로 차 오르고 | |
| 알 수는 없지만 아마 어느 순간 이러다가 결국 죽음으로 | |
| 조금씩 나는 미쳐 끝없는 계단 속에 갇혀 | |
| 이젠 내 맘 속 비틀거리는 저 불안한 관성에 맞춰 | |
| 저 멀리 한 줄기 빛은 내게 멀어져 한 번만 | |
| 발을 잘못 짚어도 저 밑으로 떨어져 | |
| 일단 살아 남자는 강한 오기 보단 | |
| 어느덧 이곳에 길들여진 나이기에 | |
| 나는 걷고있다 | |
| 빛은 멀리에 | |
| 저기 멀기만 한 하늘 끝 빛은 더 멀어지는 듯 | |
| 멈출 수 없네 무너져 내리네 | |
| 앙상한 다리는 어느새 꺾이고 | |
| 고통을 삼키고 힘없이 부러져 버리고 | |
| 나는 어디에 끝은 어디에 | |
| 빛은 멀리에 | |
| 저기 멀기 만한 하늘 끝 빛은 처음부터 없는 듯 | |
| 멈출 수 없네 무너져 내리네 | |
| 희망은 천길 낭떠러지 밑으로 무너지는 | |
| 계단과 함께 저기 바닥끝으로 | |
| 나는 어디에 끝은 어디에 나는 걷고 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