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전쯤에 어딜 가나 노래만 틀면 소들이 울 때 수학여행 장기자랑엔 다들 조끼 걸치고 구두 신을 때 난 외계인이었지 두 치수 큰 바지 삐뚤어진 뉴에라 모자 다 그게 뭐냐며 고쳐놓으려 했지만 오히려 얼굴만한 헤드폰에 volume 을 최대로 틀어 날 이상하게 쳐다보며 내게 뭘 듣냐고 물어 Palo Soul Company Vasco or Drunken Tiger 다들 벙찐 표정이지 마지막 걔는 들어봤다며 음악 얘기할 땐 언제나 소외됐지 그래도 안 굽혀 내 왼발은 한 보 앞서 행진 네가 듣는 음악이 얼마나 심금을 울리는지 몰라도 내 우상들은 매일 밤마다 진짜 삶을 들려준다며 툭하면 부심 부렸었지 틈나면 몰래 끄적였지 우상들과 어깨를 맞댄 내 모습을 그렸던 어렸던 매일 밤 모든 감정 생각 보고 느낀 경험들이 재료 핸드폰 메모장에는 날것의 가사들이 쌓이지 흩어진 채로 나만의 새로운 뭔가를 찾기 위해 밤새서 공책에 끄적일 땐 내일 학교에 시체 될 내 모습 따위는 지워지네 포기할 생각이 있었다면 난 종이와 펜을 손에 쥐지도 않았을걸 매일 밤 눈 뜬 채로 꿈꿔 학교에선 맨날 졸고 있는 어중간한 아이 하지만 공책 속엔 주인공이었지 내가 만든 drama의 3만원짜리 랩퍼의 삶 사장님의 외제차 이상 으로 멋져 보였어 그 때 난 결심을 굳혔어 노가달 하든 뭘 하든 어찌 됐든 간 밥은 먹고 살테니 걱정 말라며 어머니께 선언했지 그 밤은 날 새도록 온 집안에 한숨만 눈 질끈 감고 숨었었지 earphone안에 꿈 속 안에 숨던 매일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