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를 불러보네 희미한 목소리로 전해지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무른 땅에 외로이 심어진 나무들은 하루 비에 모조리 씻겨져 가고 같은 자리만을 돌고 도는 우린 오늘이 아니라도 언젠가 무뎌지던 날이 닳고 닳은 날에 서로 더는 닿을 수가 없겠지 나는 째각째각 톱니바퀴처럼 그대를 갉아 나를 돌리고 여리어진 그대 작은 어깨 위로 쓰라린 입김을 불었네 서글픈 말이 있었네 잊은 줄 알았겠지만 차가운 벽에 홀로 남겨진 유령처럼 종일 딱한 시선을 보내는 걸 같은 자리만을 돌고 도는 우린 오늘이 아니라도 언젠가 차가워진 날이 얼어붙은 날에 서로 더는 닿을 수가 없겠지 나는 째각째각 톱니바퀴처럼 그대를 갉아 나를 돌리고 여리어진 그대 작은 어깨 위로 쓰라린 입김을 불었네 나는 삐걱삐걱 수레바퀴처럼 그대를 밟아 나를 세우고 멀어지는 그대 젖은 눈망울에 메마른 침묵을 부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