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을 위해 멈춰있네 낯선 시선들이 수백, 수천임에 겁을 낼 법도 한데 피하는 순간엔 뭣도 안 된다는 걸 알고 있기에 오히려 눈을 부릅떠 심호흡해 일종의 의식인 셈이지 그냥 내 입을 간지럽게 놔둬 단지 몇 개의 단어들만으로도 금세 떨어져 있던 감각들이 바짝 곤두서, 다시 높게 중력을 거스르듯이 계속해 떠오르는 영감이 나를 눈부시게 해 이곳에 올려놨고 더 멀리 그리고 높게 바라볼 수 있게 만드네 이미 준비는 끝났고 이제 출발 신호를 기다리네 의심할 필요없는 건, 지금 이 곡은 헤다가 날 위해 짠 최상급 비단임에 난 사실 빚쟁이인 셈 힙합으로 인해서 꿈을 꿨으니 게다가 파산 직전, 멋진 가사를 마음껏 쓰니 그래도 후회한 적 없어 뭐 즐거운 인생이지 비로소 이제서야 눈을 떴으니 새롭게 바라볼 때 아무 생각 없이 그저 세상을 따라 돌 때 변하는 건 없어 내가 변해야 세상도 변해 항상 물음표를 내 편에 몰랐었겠지만 건축학 개론이 내 부전공이라서 날 매일 무너뜨리고 다시 세워 큰일 났어 이건 좀 특별한 얘기라 성급히 풀어내고 싶진 않아 어쨌든 기라성 같은 래퍼들이 벌이는 일 그 중 고민 없이 쓰인 건 단 하나도 없음을 아는지? 두말할 필요도 없지 내가 첫 번째 주자를 맡은 이 곡 역시 마찬가지인걸 쏟아부었지, 내가 가진 걸 덕분에 난 비워졌고 또다시 채워 흔해 빠진 걸 제일 잘하는 래퍼, 바로 나 내가 아는 가장 오래된 주문을 꺼냈고 읊어 쉬워 보이는 내 랩의 흐름 하지만 생각보다는 말이야 두, 세, 네 배? 으름장 놓자는 건 아니지만 딱 그만큼 더 높은 곳에 있으니 자 이제 그다음은 또 어떤 걸 보여줄지 리듬이 바뀌고 바빠진 혓바닥을 굴리네 몇 바퀴고 익숙하게 공연장을 땀으로 습하게 만드는 게 내 주특기지 날 따라 비슷하게 흉내 내보려는 애송이들의 무대 한없이 가볍기만 한 글의 무게 내 눈엔 보이는걸 주인을 잘못 만난 Mic, 엿가락처럼 휘는걸 시작을 위해 멈춰있네 낯선 시선들이 수백, 수천임에 저마다의 눈빛은 모두 비장한데 많이 겪어봤지 이런 놈들 난 전혀 긴장 안 돼 이미 한 번 뛴 것처럼 달궈져 있지만 이내 다시 차갑게 식혀 주위를 살펴 겉으로만 요란해 보이는, 숙일 줄 모르는 듯이 고개를 치켜드는 별 볼 일 없는 놈들 제아무리 날 제끼려 하나, 둘 무기를 꺼내놓은 들 두렵지 않아 되려 내 마음을 다잡을 뿐 결승선으로의 도착을 꿈꾸며 다시 한 번 호흡을 가다듬어 현실을 봐 도대체 얼마만큼의 힘을 내 목소리에 실을까 고민하는 찰나 총을 든 심판의 눈과 마주쳐 I feel the time is u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