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거절의 말에 영문을 모른 채 고개를 들어 바라본 곳엔 그대의 얼굴은 없고 무거운 철문만 그 너머에선 웃음소리만 왜 나는 떠나야 하는지 왜 나는 머물 수 없는지 왜 문은 열리지 않는지 알 수 없네 알 수 없네 대체 왜 이러냐고 이럴 수 있느냐고 그대에게 화를 내야 하는 건지 아님 하소연이라도 해야 되는 건지 눈물을 펑펑 쏟아내며 울어야만 하는 건지 결국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로 멍하니 또 그냥 서 있었지 너무 많은 지나온 우리 추억들이 머릿속을 헤집고 화도 한번 내 보지 못한 채 난 고갤 떨구었지 지켜지지 않은 약속들만 우주를 떠돌다 어느새 저 멀리 사라졌지 왜 나는 떠나야 하는지 왜 나는 머물 수 없는지 왜 문은 열리지 않는지 알 수 없네 알 수 없네 돌처럼 단단했던 믿음은 가루 되어 휘날렸고 함께 보낸 시간들은 내겐 감당도 못할 큰 상처가 돼 버렸지 그대 말 한 마디에 전부 산산이 조각난 채 내가 있어야 할 곳은 어디에 난 아직 자신도 없는데 당장 무얼 해야 할 지도 모르는데 길 잃은 아이처럼 그저 나는 그대 이름만 이렇게 부르고 있는데 시간이 흘러도 어떤 응답도 없고 이제 내게 남은 건 아무 것도 없었지 왜 나는 떠나야 하는지 왜 나는 머물 수 없는지 왜 문은 열리지 않는지 알 수 없네 알 수 없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