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리) 하루는 심청이 부친전 여짜오대, “아버지, 오늘부터 아무 데도 가시지 말고 집 에 가만히 계옵시면, 제가 나가 밥을 빌어 조석공양허겄내다.” 심봉사 깜짝 놀래, “아가, 너 이것이 웬 말이냐? 내 아무리 곤궁헌 들 예절조차 모를소냐? 네 나이 칠세이기로 이 제는 너를 들어앉히고 나 혼자 밥을 빌랴는디, 나는 들어앉고 너 혼자 밥을 빌다니? 아 서라. 그런 말 두 번 다시 허지마라.” (중모리) “아버지, 듣조시오. 자로는 현인으로 백 리에 부미허고, 순우의 딸 제영이는 낙 양 옥에 갇힌 아비 몸을 팔어 속죄허고, 말 못허는 까마귀도 공림 저문 날으 반포를 헐 줄 아니, 하물며 사람 치고 미물만 못허리까? 칠세 여식 내외허자 앞 못 보신 아버지가 밥을 빌러 다니시면, 남이 욕도 헐 것이요, 바람 불고 날 치운디 천방지축 다니시다 병 환이 나실까 염려오니, 그런 말씀을 마옵소서.” (아니리) 심봉사 이 말 듣고, “기특타, 내 딸이야. 네 그런 말을 다 어디서 배웠느냐? 네 인정이 그럴진대, 한두 집만 잠깐 다녀오도록 허여라, 이.” “예.” (중모리) 심청이 거동 보아라. 밥을 빌러 나갈 적으, 헌 베 중우 다님 매고, 청목 휘양 눌 러 쓰고, 말만 남은 헌 초마의 깃 없는 헌 저고리, 바가지를 옆에 끼고 서리 아침 치운 날 으 바람 맞인 병신처럼 옆걸음쳐 건너가, 부엌문전 당도허여 애근히 비는 말이, “여보 시오, 부인님네. 불쌍허신 우리 부친 구원헐 길 바이없어 밥을 빌러 왔사오니, 한 술씩 덜 잡숫고 십시일반 주옵시면 부친 공양을 허겠내다.” 듣고 보는 부인들이 뉘 아니 슬 퍼허리. 그릇밥 김치 장을 애끼잖고 후히 주며, 혹은 먹고 가라허니, 심청이 여짜오되, “기진허신 우리 부친 나 오기만 기다리시니, 저 혼자 어이 먹소리까. 어서 집으로 돌아 가서 부친 모시고 먹겠내다.” 이렇듯 얻은 밥이 한두 집에 족헌지라. 밥을 얻어 손에 들 고 집으로 돌아올 제, 심청이 나갈 때는 원산의 해가 아니 비쳤더니, 벌써 해가 둥실 떠 그새 반일이나 되었구나. (자진모리) 심청이 거동 보아라. 문전에 들어서며, “아이고, 아버지. 많이 기다리셨죠. 자연 지체 되었내다. 춥긴들 오직허며, 시장킨들 않소리까.” 심봉사 반겨라고 펄쩍 뛰 어 내달으며, “아이고, 내 새끼야.춥다. 어서 들어오너라. 손 시리다, 불 쬐어라!” 심청 의 손을 안어 입에 넣고 후후 불며, “흐유, 쯔쯔쯔쯧. 내 새끼야. 발인들 오직 시리겠느 냐.” 발도 어루만지면서 눈물 짓고 허는 말이, “애닳도다, 너희 모친. 무상헌 이 내 팔 자 널로 허여 밥을 비니, 이 밥 먹고 살겠느냐? 모진 목숨이 죽지도 못허고, 자식 고생 을 이리 시키는구나.” 심청이 장헌 효성 부친을 위로허되, “아이구, 아버지. 서러 마옵 시고 진지나 잡수시오. 부모를 봉양허고, 자식으게 효 받기는 인사의 당연이오니, 너무 걱정 말으시고 진지나 잡수시오. 이것은 흰 밥이요, 이것은 팥밥이요, 미역투각 갈치 자 반, 어머니 친구라고 아부지 갖다 드리라기에 가지고 왔사오니, 시장찮게 잡수시오.” (아니리) 이렇듯 부친을 위로허여 진지를 잡숫게 헌 후, 날마다 얻은 밥이 합쳐노니 오 색이라. 흰밥 콩밥 팥밥이며, 보리 기장 수수밥이 갖가지로 다 있으니, 심봉사집은 항상 정월 보름날 닥쳤든것이었다. 그렁저렁 세월을 보낼 적으, 심청 나이 십오 세가 되니, 얼굴이 점점 일색이요, 효행이 출천이라. 이러한 소문이 원근에 낭자터니, 하루는 무릉 촌 장승상댁 부인께서 이 소문을 들으시고 시비를 보내어 심청을 청하였거늘, 심청이 부친전 여쭌 후에 승상댁을 건너갈 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