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리) 이렇듯이 즐길 적으, 그때여 곽씨부인은 해복헌 초칠일이 다 못 되어, 찬물에 빨래허기, 조석취반 허느라고 외풍을 과히 쐬어 산후별증이 나는디, 만신이 두루 붓고 호흡 천촉허여, 식음을 전폐허고 정신없이 앓는구나. “아이고, 배야. 아이고, 허리야. 아 이고, 가군님! 만신이 아퍼, 아마도 나는 못 살겄소. 심봉사 겁을 내어 문의하여 약도 쓰 고, 백 가지로 서둘러도 사병에 무약이라. 죽기로 난 병이니 일분 효차 있으리오? 병세 점점 위중허니, 곽씨부인 또한 살지 못 할 줄 짐작허고, 눈물을 지으며 유언을 허는디, (진양조) 가군의 손길을 부여잡고, ‘후유’ 한숨을 길게 쉬며, “아이고 여보, 가군님. 내 평생 먹은 마음, 앞 못 보신 가장 일신 해로백년 봉양타가 불행 망세 당허오면, 초종장 사 헌 연후어 뒤를 쫓아 죽쟀더니, 천명이 그뿐인지, 인연이 끊쳤는지 할일없이 죽게 되 니, 내가 아차 죽게 되면, 사고무친 혈혈단신 의지헐 곳 바이없어, 지팽이를 찾어 짚고 때를 찾어 다니다가 돌에 채여 넘어지나, 구렁에도 떨어져서 신세자탄 우는 모냥을 나 죽은 혼백인들 차마 어찌 듣고 보며, 명산대찰 신공 드려 사십 후어 낳은 자식 젖 한 번 도 못 먹이고, 얼굴도 채 못 보고 원통히 죽게 되니, 멀고먼 황천길을 앞이 막혀 어이 가 리. 천행으로 이 자식이 죽지 않고 자러나서 제 발로 걸거들랑, 앞세우고 길을 물어 내 무덤을 찾어와서, ‘아가, 이 무덤이 너의 모친 분묘로다.’ 가르쳐 모녀상봉을 시켜주고, 천명을 못 어기어 앞 못 보신 가장으게 어린 자식 끼쳐두고, 영결허고 죽어가니, 가군의 귀허신 몸 애통허여 상케 말고 천만보중허옵소서. 차생의 미진한을 후생으나 다시 만 나 이별 없이 사사이다.” 잡었던 손길을 시름없이 놓더니마는, 한숨 쉬고 돌아누워, 어 린 아해를 끌어다가 혀도 차고, 얼굴도 문지르며, “천지도 무심코 귀신도 야속허다. 네 가 진즉 생겼거나, 내가 좀 더 살거나, 너 낳자 나 죽으니, 죽난 어미 산 자식이 생사간 의 무삼 죄냐? 내 젖 망종 많이 먹고 후사를 전허여라.” (중모리) “아차, 내가 잊었내다. 이 자식 이름일랑 청이라고 불러주오. 저 주랴고 지은 굴레 오색 비단 금자 박어 진주느린 부전 달어 신행함에 두었으니, 그것도 씌워주고, 내가 쪘든 옥지환이 제 손에 적삽기로 경대 안에 두었으니, 심청이 자라거든 날 본 듯 이 찌어주오. 헐 말이 무궁허나 숨이 가뻐 못 허겄소.” 이렇듯이 유언을 허더니, 자는 듯이 숨이 지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