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리) 심봉사는 마누라가 죽은지 산지 아무 물색 모르고, 눈물만 이리 씻고, 저리 씻 치면서, “여보, 마누라. 병 든다고 다 죽을 리 있소? 그럴 리 없지요. 내 또 의가에 가 문 의허여 약 지어 올 것이니, 부디 안심허시오.” 급급히 약을 지어 가지고 와 얼른 달여 짜 들고 들어오며, “여보, 마누라, 일어나 약 자시오. 이 약 자시면 즉효 헌답디다. 마누 라. 마누라! 마누라!” 천만 번 불러본들, 한번 죽은 사람이 대답헐 리가 있으리오. 홀연 히 무서운 기운이 돌며 찬바람이 나는지라. 약그릇 내려놓고 산모를 만져보니, 수족은 뻣뻣허고, 아래턱은 축 늘어지고, 콧궁기 찬 김이 나는지라. 심봉사 그제야 마누라 죽은 줄을 알았구나. “아이고, 갔구나! 저것 두고 날 버리고 갔네!” (중중모리) 심봉사 기가 막혀 떴다 절컥 주잕이며, “아이고, 마누라! 허허, 우리 마누라 죽었네! 참으로 죽었는가?” 내리둥굴 치둥굴며 목제비질을 덜컥. 가삼을 쾅쾅 치고, 발 동동 구르면서, “아이고 마누라! 내 평생의 정한 뜻이 사칙동혈허잤더니, 황천이 어디 라고 날 버리고, 저것 두고 죽단 말이 웬 말이오? 내가 죽고 그대가 살어야 저 자식을 길러낼 걸, 그대 죽고 내가 산들 저 자식을 어찌 키잔 말이오? 아이고, 마누라! 동지섣 달 찬 바람에 무얼 입혀 길러내며, 해 지고 달 없을 제, 어둠침침 빈 방안으 젖 달라 우 는 자식 뉘 젖 먹여 길러낼꼬? 아이구, 마누라! 날 버리고 어디 가오? 삼천벽도 요지연 의 서왕모를 보러 간가? 황릉묘 이비 함께 회포말을 허러 가? 월궁 항아 짝이 되야 도약허러 올라간가? 호사정호천허든 사씨부인을 보러 간가? 나는 뉘를 찾어갈고? 아이고 마누라! 인제 가면 언제 와요? 올 날이나 일러주오. 청춘작반호 환향의 봄을 따러 오랴나? 청천유월래기시에 달을 띠고 오랴나? 꽃도 졌다 다시 피고, 달도 졌다가 돋건마는, 마누라 가신 길은 가면 다시 못 오는가?” 밖으로 우루루루루루 루, 마당에 가 꺼꾸러지며, “아이고, 동네 사람들! 속담에 계집 추는 놈 미친 놈이라 허 지마는, 현철허고 얌전헌 우리 곽씨가 죽었소!” 방으로 다시 들어가 마누라 목을 덜컥 안고, 코를 빨고 흔들며, “아이고, 마누라! 마누라가 이리 될 줄 알었으면, 약방에도 가 지 말고 마누라 곁에 앉어 극락세계로 가라고 염불이나 외워줄 걸. 약능활인이라더니 약이 도로 모도 원수로다. 아이고, 마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