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21.020]그녀는 어린 나이에 [00:22.840]상경해 돈을 벌어야만 했었지 [00:25.240]한창 사랑받아 마땅한 소녀는 [00:27.490]할아버지 병원비를 대기 위해 [00:29.430]네모난 공장으로 두 발을 옮기네 [00:32.060]남들보다 일이 서툰 게 [00:34.100]당연하지만 그곳에서는 죄가 돼 [00:36.930]그녀는 코피를 [00:37.900]쏟으면서도 매일 밤까지 [00:39.720]구부린 채로 자릴 뜨지 못해 [00:41.750]'내가 무너지면 안 돼' [00:43.420]유일한 할아버지를 위해서 [00:45.220]언니와 너무나도 [00:46.360]가녀린 몸을 이끌어 [00:48.020]피곤에 찌들어버려 잠들어 [00:49.880]아침이 되면 베개가 축축해지곤 [00:52.540]했었다고 말하네 슬쩍 웃으면서 [00:55.160]좋아 보였어 사랑하는 사람도 [00:57.630]이젠 생겼다면서 [00:58.970]얘길 들어줘서 고맙다며 [01:01.120]또 오겠다고 자리를 떴지 [01:04.010]하지만 왠지 [01:05.640]다시 오지 않을 것 같아 [01:07.990]아픔을 가진 사람은 그렇지 [01:11.010]자신의 깊은 곳을 [01:12.310]알아버린 사람에겐 [01:13.760]오히려 멀어지려고만 하지 [01:16.780]혼자가 익숙해져 버린 [01:18.850]그녀에게 그 사람이 [01:20.300]힘이 돼 줬으면 [01:21.850]웃음을 되찾아 줬으면 [01:22.660]중년의 남자는 한참 [01:24.250]한마디 말도 표정의 변함도 없었지 [01:27.390]하나 읽히는 게 있다면 [01:29.290]거친 손에 난 굳은살 [01:30.580]분명히 쉽지만은 않은 [01:32.330]인생을 살아온 것이 [01:33.990]확실하다고 생각하던 찰나 [01:36.040]술잔을 털어 넣고서 내게 [01:38.040]조심스레 말을 건네기 시작했어 [01:40.270]다 해진 지갑을 [01:41.360]뒤적거려 꺼내 보인 건 [01:43.090]아내와 아들 그리고 [01:44.670]딸의 증명사진 [01:45.710]잠깐 머문 미소는 [01:47.020]금세 사라져 버려 [01:48.390]되고 싶다고 했어 좋은 아버지 [01:50.910]하지만 그러지를 [01:52.260]못했대 퍼부어버린 [01:53.730]마음에도 없는 말과 손찌검은 [01:56.240]주워 담을 수 없더라고 [01:58.470]밤늦게 퇴근 후 돌아와서 [02:00.780]자신을 반겨주는 건 술뿐이더라고 [02:03.420]그 남잔 연신 [02:04.960]잔을 비워냈지 [02:06.500]인간은 후회하는 삶을 [02:08.340]살아가기 마련이지만 [02:10.710]너무 상심하지 않았으면 좋겠네 [02:13.920]이미 늦은 일은 없지 [02:16.420]두 손만 봐도 얼마나 [02:18.990]고되고 외로웠을런지 [02:21.160]한 발짝 씩 천천히 다가가서 [02:22.950]더 이상 외롭지 않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