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엄마가 없는 어린 꼬마 백구가 너무 가여워서 내가 너의 아빠가 되어주고 싶었어 그 언제까지라도 이런 내 맘을 너는 알고 있는지 이리저리로 폴짝 뛰어다니며 이른 아침에 잠이 깨면 곁에서 동그란 눈으로 날 바라보았지 그러던 어느 날이야 서울 사는 할머니가 많이 아프셔서 다급한 아빠를 졸라 백구까지 안고서 서울로 올라갔지 수많은 그 사람들 속에 아빠의 손을 잡고 걸어가다가 그만 백구의 끈을 놓쳐서 낯선 곳에서 너를 잃어버렸지 새하얀 꼬마 백구 귀여운 나의 백고 그날 밤 아빠는 힘없는 할머니의 손을 잡고 눈물을 흘렸고 나는 백구 생각에 아침이 올 때까지 정말 많이 울었어 어디에 있는 거니 우리 백구야 하루종일 난 너무 생각하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길 위에서도 몇 번씩이나 뒤를 돌아보았지 한 동안 아침이 오면 네가 없는 마당에 물끄러미 앉아서 너의 생각이 날 때면 노란 나비를 쫓아 풀밭 길로 걸었지 그 길에 네가 있을 것만 같아서 철없는 개구쟁이 나의 백구야 소나기 퍼붓는 밤이 온다면 어느 지붕 밑에라도 피해있으렴 새하얀 꼬마 백구 귀여운 나의 백구 너의 집 조그만 지붕에 쌓인 기억 너머로 해와 달은 저물어 꽃은 피고 지면서 쓸쓸해진 바람에 다시 계절은 가고 언제나 내가 좋아하던 그 길에 흰 눈이 소복소복 내려오던 날 이제 내 키보다 한 뼘 작아진 대문을 열고 밖을 나서려는데 새하얀 꼬마 백구 귀여운 나의 백구 난 너무 깜짝 놀랐어 개구쟁이 백구가 동구밖 저 멀리서 나에게 달려오잖아 새까매진 두 발로 숨을 헐떡거리며 얼마나 찾아 헤맨 거니 백구야 한 눈에 나는 너를 알아보았어 두 팔로 널 안은 내 눈에선 눈물이 백구의 하얀 얼굴 위로 흐르네 새하얀 꼬마 백구 귀여운 나의 백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