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몰랐어 이게 대체 뭔지 단지 내 가슴에서 맴돌고 있는 그 어떤 느낌 표현해보고 싶었어 펜을 집었어 시계의 초침 새벽 두 시 벌써 갈피를 잡지 못한 단어들이 무질서하게 입술 위를 맴돌고 난 그것들을 하나하나 하나하나 아주 정성껏 조심스레 공책 위 추려서 별빛 골목길 이런 것들을 적었어 담담히 조용히 종이 위에 썼어 다듬고 나열하고 백지 위 펼쳤어 맘에 들지 않아 몇 번을 지웠어 나는 쓰고 또 쓰고 또 쓰고 또 쓰고 어느덧 푸르스름한 새벽 동은 트고 가슴속 덩어리들을 조금씩 깎아내 외로움은 연필을 쥔 왼손 그 손바닥 안에 하나 둘 숫자를 세봐 얼마만큼 더 남았지 대답을 해봐 셋 넷 이렇게 견디면 될까 누가 나의 외로움과 놀아줄까 하나 둘 숫자를 세봐 다시 하나 둘 숫자를 세봐 하나 둘 단지 견딜 뿐 하나 둘 단지 견딜 뿐 수업이 끝나면 항상 boom box 틀고 아무도 없는 적막한 학교 복도 2층에서 혼자 춤췄어 몇 시간 동안 홀로 바닥에 몸을 부딪히며 땀 대신 외로움을 흘렸어 혼자뿐인 그곳 나 가기가 싫어 어느 추운 겨울 밤 두 시간을 걸어 한 발짝 두 발짝 눈 위로 찍히는 발자국이 날 데리고 가기에는 집이 너무 멀어 먹어도 먹어도 배고팠던 그때 연습실 바닥이 너무 추웠던 그때 유년시절 자동차 밑에 끼어버린 공처럼 쓸쓸함 사이 끼어버린 어느 저녁 나는 돌고 또 돌고 또 돌고 또 돌고 오직 음악이 나를 위해 밤을 새워 울고 흐르는 땀을 손을 뻗어서 닦아내 외로움은 굳은살 나의 손바닥 안에 하나 둘 숫자를 세봐 얼마만큼 더 남았지 대답을 해봐 셋 넷 이렇게 견디면 될까 누가 나의 외로움과 놀아줄까 하나 둘 숫자를 세봐 다시 하나 둘 숫자를 세봐 하나 둘 단지 견딜 뿐 하나 둘 단지 견딜 뿐 눈을 뜨면 어느새 난 변해있네 삼킨 세월만큼 해는 또 지네 내 가슴에는 스물 여섯 개의 태양 옛 사랑들이 새긴 흉터 몇 개와 또 혼자였던 날들 철없는 꼬마처럼 이리저리 흘린 눈물 몇 방울 뭔가 보여주겠다고 씩씩거리며 열등감에 꽉 차 비워낸 소주잔 몇 잔 또 미치도록 내가 싫어 지문처럼 내 몸 깊이 새겨져 버린 20대 못난 모습 다 뜯어내려 몸을 벅벅 긁다 그 쓰라림에 내질렀던 새벽녘 신음 몇 개 다 들어있지 답답한 가슴팍 새벽마다 쳐대던 손바닥위로 굳은살처럼 박혀버린 쓸쓸함을 달래 까만 밤 외로움은 손바닥 안에 하나 둘 숫자를 세봐 얼마만큼 더 남았지 대답을 해봐 셋 넷 이렇게 견디면 될까 누가 나의 외로움과 놀아줄까 하나 둘 숫자를 세봐 다시 하나 둘 숫자를 세봐 하나 둘 단지 견딜 뿐 하나 둘 단지 견딜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