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 일기 세상엔 뭐 하나 내 뜻대로 되는 게 없어 내가 사랑한 모든 것들은 날 떠나가고 한껏 차려 입고 집을 나서면 그 날엔 무조건 비가 오지 세상엔 뭐 하나 내 맘대로 되는 게 없어 함께 했던 순간은 절대 영원할 수 없고 혼자 불이 꺼진 방에서 라디오를 켜면 왜 슬픈 노래만 나오는 거야 그저 우울한 어느 날의 일기 나는 이런 사람이야 원래 이런 사람이야 날 혼자 두지 마 아니 그냥 내버려둬 아냐 사실 잘 모르겠어 나도 나를 잘 모르겠어 네가 꿈에 나와 뒤숭숭하게 일어난 날 아무 생각 없이 집을 나서 걷다 보니까 이게 뭐야 죄다 너와 걷던 길이잖아 또 결국 주저앉아 한숨을 뭐 항상 이런걸 어쩌란 말이야 미련한걸 그러니까 다가오지마 난 괜찮으니까 어차피 떠나갈 거 라면 그저 우울한 어느 날의 일기 나는 이런 사람이야 원래 이런 사람이야 날 혼자 두지 마 아니 그냥 내버려둬 아냐 사실 잘 모르겠어 나도 나를 잘 모르겠어 내게 머물러줘 누구라도 좋아 제발 떠나지 말아줘 이젠 못 믿겠어 내게 영원히 머문다는 말 난 나는 우울한 그저 그런 사람 신경질적이고 그저 이상한 사람 날 혼자 두지마 아니 혼자 있는 게 좋아 아니 나를 두고 가지마 제발 나를 혼자 두지마